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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프로젝트

테오 스프린트 18기 회고

테오 스프린트란, 구글의 핵심 서비스들을 탄생시킨 프로세스 '스프린트'를 FE 시니어 엔지니어인 테오만의 방식으로 변형시킨 서비스 개발 프로세스다. 일주일 간 진행하는 일종의 해커톤이라고 할 수 있다.

 

벌써 18기수의 나름 전통(?) 있는 행사고, 나는 14, 15, 16기 연속 3회를 참여했었다. 작년까지는 거의 1~2달 간격으로 자주 했었는데, 최근에는 테오가 바빠서 그런지 텀이 꽤 있었다. 나는 17기를 건너 뛰고 약 1년만에 재참여를 하게 됐다.

 

이번에 참여하는 주된 이유는 IT 프로덕트를 만드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던 이 테오 스프린트의 시스템을 체화하기 위해서였다. 추후 내가 하고 싶은 경제성 있는 프로젝트들에도 적용하기 위해서. 그래서 이번에는 배운다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개발이나 아이디어의 욕심을 내려놓고 좀 더 맘 편히 참여 할 수 있었다.

 

아래는 첫 참여 때의 회고

 

테오의 스프린트 14기 기술 회고

이번에 테오 스프린트 14기에 참여하며 구글 스프린트(커스텀 by 테오)라는 협업 방식이 어떤 것인지 맛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템을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데는 내가 접해본 방식들 중 최고라

im-not-liar.tistory.com

 


첫째 날

이번에는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 평소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은 사이즈가 커서 스프린트와는 안어울려서 그냥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기를 바랐다. 다행히 재밌겠다 싶은 아이디어가 딱 나와서 그거로 픽했다.

테오는 팀 캔버스의 의의는 서로 친해지는 거라고 했다. 나야 친하든 말든 눈치를 덜 보는 편인데, 다른 분들도 의견을 자유롭게 내시는 걸 보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ZEP에서 팀 별로 친해지는 중


둘째 날

지도를 그리며 생각의 주파수를 맞추는 날이었다. 비슷한 듯 미묘하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채 무작정 개발부터 하면 사소한 부분에서 계속해서 안맞는 부분이 생긴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커져만 가고 트러블이 생기면서 팀에 좋지 않게 된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지도를 그려가며 주파수를 맞춰가는 것이다. 특히 결정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데,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설득시키지 말라는 거였다.

제한된 타이머 시간 동안 혼자 고민하고 내 생각을 적어 놓는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설득하는게 아니라, 좋다고 생각하는 생각에 하이라이트를 하고 하트를 붙여가며 공감을 표시한다. 서로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을 받으며 주파수가 맞게 된다.

리액션이 참 중요하다

셋째 날

스케치와 결정의 시간이었다. 숙제로 해온 스케치들을 보며 어떤 기능들이 빠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대충이라도 그려온 이 스케치들이 디자이너에게는 일종의 가이드가 되어 주지 않았을까 싶다.

모두의 스케치를 보면서 각 화면 별로 좋았던 요소들을 체크했다. 어떻게 개발이 되겠구나 대충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다.

각자가 생각한 스케치를 살펴본다


UI/UX 결정권자와 PL을 뽑았다. UI/UX 결정권자는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분이 되었고, PL은 내가 자원해 되었다. 딱히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안보였고, 결정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그냥 내가 나섰다. 이전 스프린트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긴 했지만 그때보다 개발자로서, 리더로서 경험도 쌓여서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하지만 쉽진 않았다).

스케치에서 뽑아낸 기능들로 우선순위를 나눠봤다. X축(빨리 만들 수 있는가)과 Y축(임팩트가 있는가)을 그어 사분면을 나눴다. 1사분면은 빨리 만들 수 있고 임팩트가 있는 작업들. 무조건 해야 한다. 3사분면은 임팩트도 낮고 빨리 만들 수 없는, MVP에는 웬만하면 들어가지 않을 미루게 되는 작업들이다. 2, 4사분면은 토론을 통해 당장 MVP에 넣을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우리 서비스가 많은 기능이 있는게 아니라, 3사분면에 있는 두 기능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선 MVP에 넣어 개발하기로 했다. 시간이 남아 그 중 하나도 개발해버렸다는건 안비밀.

여기 써있는 사분면은 순서가 좀 이상하다

넷째 날

BDD와 SDD의 시간이었다. 가장 최근에 참여했던 지지난 기수(16기)까지는 셋째 날에 BDD, SDD가 모두 할당돼 있었다. 그래서 새벽 2시쯤 잤던 것 같은데... 지난 기수부터 BDD, SDD는 넷째 날로 따로 뺐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넉넉할 줄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BDD밖에 못했다. 페이지 별로 기능들을 나열하는 것까진 금방 했던 것 같은데... 기능을 분배하려고 하면 생각지 못한 엣지 케이스들이 생각났다. 완벽히 맞췄다고 생각했던 생각의 주파수에도 다른 점이 있어 그 부분까지 맞추고 가느라 좀 늦어졌던 것 같다.

기능을 분배하는 것에서도 시간이 많이 지체됐는데 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하고 싶은 기능에 찜 스티커를 붙여 놓자고 했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개발적인 어려움 없는 단순 작업들도 있고, 여러 사람이 하고 싶어하는 도전적인 작업들도 있는데 보통 후자에 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렇게 스티커를 붙여 놓으니 전자를 가져가는 사람에게 미안해져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축냈다.

인기 없는 작업과 인기 많은 작업을 잘 섞어 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우리는 총 페이지가 크게 3개가 나왔고 개발자 6명에 페어 프로그래밍 조가 3개가 나왔다. 개발과 소통에 더 편하도록 한 페어 프로그래밍 조가 한 페이지를 맡기로 했다.

근데 보통 인기 많은 작업들은 한두 페이지에 몰려있었다. 결국 한 조는 인기없는 큰 페이지에 자잘한 페이지들을 가져가게 되었고, 괜찮다고 하는 그들에게 더 미안해졌다.

다음에 이런 작업 분배 상황이 생기면 우선 랜덤으로 나눈 다음, 원하는 사람들끼리는 시간을 주고 그 안에 알아서 바꾸라고 하는게 나을 것 같다. 모두를 생각하려다 어느 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참 걸렸던 BDD... 이게 한 페이지다

다섯째 날

페어인 제오와 일찍 일어나 Github 레포지토리를 만들고 어제 정한 기술스택 대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prettier, eslint 등의 초기 설정을 하는데 VSCode 설정과 충돌하는것까지 맞추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예전에 했던 스프린트에서 시간 없다고 컨벤션 없이 하다가 너무 코드가 제각각이라 알아 볼 수 없었던 참사가 있었기에 이거부터 했다. 제오가 도와줘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어떻게든 해냈다. 후... 초기 설정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후딱 정한 컨벤션들. 다들 완벽하게 지켰나..?

여섯째 날

다들 잘하시는 분들이라 개발은 원활하게 진척됐다. 나도 어제는 환경 설정만 하고 약속 때문에 거의 개발을 못했는데, 오늘 개발이 휘뚜루마뚜루 잘됐다. 다들 페어 프로그래밍을 잘 활용하셨던 것 같다. 저녁에 다같이 모여 현황을 점검하는데 내일 데모를 문제 없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다행다행~

 

일곱째 날

대망의 데모 데이! 우리 팀의 서비스 After Lotto는 제 시간에 무사히 개발, 배포되었다. 배포를 제대로 못해 시연 불가능한 팀도 있었는데 휴... 역시 시간 제한이 있을 때는 먼저 배포해놓는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 서비스를 다른 팀 사람들이 써보면서 피드백을 줬다. 우리가 생각지 못한 부분도 많아 수정하거나 추후 개발하기로 했다.

 

https://after-lotto.vercel.app/

 

After Lotto

로또, 그 이후를 위한 나만의 플랜

after-lotto.vercel.app

 

 

데모가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팀끼리 모여서 마지막 회고를 했다. 추가 개발을 다들 원해서 하기로 했었는데 아직까지 못하고 있다. 다들 바쁠테니 어쩔 수 없지만 잘 만든 서비스를 홍보도 제대로 안해본 건 좀 아쉽다. 아직 시간은 남았으니 바쁜 연말이 지나고 다시 한번 얘기해 볼 생각이다.

감동의 롤링페이퍼

 

이번에 느낀건, 역시 테오 스프린트는 MVP를 빠르게 만들어내는데 최적의 프로세스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태 내가 봐온 그 MVP라는건 재방문이나 수익성은 생각하지 않은 흥미 위주의 일회성 프로젝트였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방문하는 수익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스프린트를 위해서는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할 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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