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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여행

8(12)년 만의 부산 여행

1일 차 : 부산 여행 시작! 새벽 같이 나와서 대전역으로 향했다. 여행 갈 때 자주 대전역에 쫓기듯 갔었고, 가끔은 늦어서 택시 탈 때도 있었는데 여유롭게 가니 너무 좋았다. KTX에서 태호를 만나서 혜미리예채파를 한 편 보니 어느새 10시, 부산역에 도착했다. 채유를 만나 자갈치 시장 안에 있는 한양 식당으로 갔다. 친구가 인스타에 올렸던 곳인데 메뉴판에는 고등어와 갈치 정식 두 개뿐이었다. 6천원짜리 고등어 하나와 8천원짜리 갈치 정식 두개를 골랐다. 밑반찬과 국, 찌개는 깔끔하고 감칠맛 있었다. 고등어와 갈치는 당연히 맛있었다. 크게 특별한 건 없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평범했던 감동도 진해지는 느낌이었다. 태호가 밥을 무려 세 그릇을 먹었다. 운동하느라 먹는게 늘었다는데 잘 먹어서 보기 좋았다.

안그래도 고봉밥인데

다 먹고 나와 영도 흰여울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번 여행에서는 지하철, 택시는 타지 않고 버스로만 다녔다. 버스 창문으로 부산 바다와 꽃들이 만개한 풍경을 보며 이동하는 것이 꽤 괜찮았다. 흰여울마을은 정말 최고의 관광지였다. 해안가를 따라 걷는 길이 잘 돼 있었고 골목마다 소품샵, 카페들이 자리해 자주 걸음을 멈췄다. 바다가 정말 예뻤다.

내 여행에 어김 없이 빠지지 않는 선구리~~

우리의 우정을 추억하는 돌탑도 쌓았다. 무너뜨리려고 세 번 정도 돌을 투척해봤는데 다 빗나간 걸 보면 우리 우정이 건재할 것이라는 표지는 아니었을까?

다음에 올 때까지 버텨 주렴

다음 목적지는 남포동이었다.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8년 전에 먹었던 비빔 당면은 사라지고 그 자리가 파전, 오징어무침, 만두로 대체되었다. 씨앗 호떡은 여전히 남아 있어 8년만에 먹었는데 생각만큼 맛있지 않아 아쉬웠다.

비빔 당면 어디가쒀!!! 근데 이게 더 맛있는 듯

꽤 걸어서 다들 쉬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좀 쉬었다가 저녁 먹으러 나가기로 해 우선 숙소로 향했다. 광안리로 가서 잠시 포토 타임을 가졌다. 여전히 기가 막힌 포토 스팟!

광안대교의 낮과 밤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는 광안리에 위치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괜찮아 보였는데, 직접 보니 더 기가 막혔다. 우선 신축 오피스텔이었고 광안리 해안가에 바로 인접해있었다. 숙소 실내에서는 어느 위치에서도 바다가 보였다. 어메니티는 호텔 급으로 완벽했고 인테리어는 힙한 아이템들로 가득했다. 9만원에 이런 방을 구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숙소에 대한 감탄만 1시간은 했던 것 같다. 다른 날짜로 방을 검색해봤는데, 4월 말이 넘어가면 가격이 거의 2배가 되었다. 아마 이번에는 평일에 오픈 특가까지 겹쳐 이 가격에 구했지 아니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오션뷰인 것을 차치하더라도 오피스텔 자체가 너무 괜찮았다. 정말 살고 싶은 집이었다.

숙소 폼 미쳤다...

한 시간 정도 쉬다가 저녁을 간단히 먹으러 나왔다. 육회, 육사시미, 뭉티기, 연어 네 가지 생고기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가게로 갔다. 가성비는 극악이었지만 남자 셋이 청하 두 병을 비우며 기분이 적당히 좋아졌기 때문에 만족했다. 나와서는 태호 채유가 하도 보채서 수변 공원과 핫하다는 술집들을 기웃거렸다. 핫하다는 술집들(뭔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은 사람이 너무 많으면 들어가서 춤추고 구경만 하다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사람이 아예 없었다. 날씨가 아직 쌀쌀하기도 하고 월요일이라 그런가 처참했다. 사람이 없으니 미련을 버려 개운하게 숙소로 갈 수 있었다. 닭강정과 음료수 몇 개를 사서 숙소에 도착했다. 닭강정이 정말 맛있었다. 음료로 나는 침착맨이 맛있다고 한 맥콜 제로를 먹었는데 제로인 것과는 관계 없이 맥콜이 생각보다 내 스타일이었다. 닥터 페퍼도 그렇고 이런 특이한 음료가 취향인가 보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 곯아 떨어지며 하루가 끝났다.

네 가지 맛을 한 번에...! 그저 그랬다

3월 28일 : 일어나자마자 씻고 돈까스 집에 갔는데 실패했다. 엄청 유명하대서 기대하고 웨이팅 대기열 오픈 시간인 10시 반에 맞춰서 갔는데 현장 대기보다 테이블링 어플 대기를 우선시 한다더라... 수강 신청도 아니고 이게 뭐야... 화는 냈지만 사실 돈까스가 거기서 거기겠지 하며 정신 승리 해버렸다. 숙소에 돌아와 잠깐 쉬고 짐을 다 싸고 나왔다. 하루를 행복하게 해줬던 숙소 안녕~~! 부산에 와서 돼지 국밥을 안먹을 수 없어 오늘 새벽에 친구들에게 가자고 찾아놨었던 국밥 집이 있었다. 애들에게 기각되어 못 갈 뻔 했던 그곳을 결국 돈까스 대신 갔는데 만족스러웠다. 국밥은 사실 부산 돼지 국밥만의 차이는 딱히 못느꼈지만 막창 순대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코 박고 먹느라 사진은 못 찍었다.

다 먹고 동백섬 산책하러 해운대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가는 길에 버스를 잘못 탄 걸 깨닫고 빠르게 내렸다.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는 곳에서 내렸는데 운치 있게 벚꽃이 내리는 정말 이쁜 벚꽃길이었다. 떨어지는 벚꽃 잡으려고 쌩쑈를 하면서 애들이랑 엄청 웃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왔다.

택시 타는 것도 까먹고 홀린 듯 걸었다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산책길이었는데 어딘가 분위기가 운치 있었다. 산책길을 기준으로 왼쪽은 아파트와 벚꽃이, 오른쪽은 방파제와 바다가 있는 기막힌 풍경. 원래는 택시를 타려고 했으나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대교가 나와 건넜다. 대교를 건너도 해운대까지는 몇 키로 남았길래 버스를 타서 금방 해운대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해운대 끝 쪽에 위치한 동백섬. 산책길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 한 시간 쯤 걸렸던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산길은 언제 와도 이색적이다. 예전에 고등학생 때인가 가족들과 여기 비슷한 곳을 걸었던 것 같은데 아직 사진이 남아있다. 지금 사진을 찾아보니 동백섬 맞았다. 2011년 4월 2~3일 부산에 왔었다! 부모님 예전 사진을 찾다가 몇 번 봤었는데 그곳이 여기였구나. 12년 만에 다시 오니 감회가 남다르다. 역시 남는 건 사진이구나.

무려 12년 전, 2011년

지금이랑 많이 다른 해운대
참으로 젊으십니다
 

해운대를 좀 더 걸으니 지쳐버렸다. 쉬고 싶어서 빠르게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해운대 안쪽 거리에 개방감 있는 카페였는데, 유자 달고나 에 스프레소가 독특해서 좋았다. 달달 새콤 고소 쌉쌀, 무려 4가지 맛이 나는 대단한 메뉴였다. 좀 쉬다가 왜 유명한지 이해가 안 가는 노티드 도넛을 먹고 채유와 작별 인사했다. 돌아오는 KTX에서 사진을 정리하고 어제자 블로그를 포스팅하며 여행을 돌아봤다. 가격 대비 만족감이 상당히 높았던 여행이었다. 헤어지기 전에 부산역에서 태호가 이번 여행을 요약해달라고 해서 말해줬었는데 그 말로 이번 여행기를 마무리 할까 한다. '많이 걸었고, 많이 먹었고, 많이 웃었다."

유자 달고나 에스프레소 ㅋㅋㅋ 애들이 뭐 이런걸 시키냐고 핀잔 줬다